백두산 두 번의 천지, 그리고 다시 보게 된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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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5. ~ 7. 8. | 연길 · 도문 · 백두산(장백산) · 윤동주 생가


여행은 늘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지만, 가끔은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까지 바꾸어 놓는다. 이번 백두산 여행이 그랬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함께 연길과 도문, 그리고 백두산을 다녀왔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평생 기억에 남을 만큼 깊은 여운을 남긴 여행이었다.
연길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생각보다 정말 가깝다."였다.
시차도 거의 없고 날씨도 우리나라 남부와 비슷했다. 거리에는 한글 간판이 자연스럽게 보였고 사람들의 생활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 외국에 왔다는 이질감보다는 가까운 이웃을 방문한 듯한 편안함이 먼저 다가왔다.
중국은 내가 알고 있던 예전의 중국이 아니었다.
도시는 깨끗했고 전자결제와 각종 생활 시스템은 매우 편리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사람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었고, 공무원들의 응대에서도 친절함과 책임감이 느껴졌다. 많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자행정 시스템은 우리도 배울 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예상과 달랐다.
향신료가 강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관광객이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담백한 옥수수 빵, 익숙한 나물반찬, 그리고 마지막 날 먹은 양꼬치는 이번 여행 최고의 별미였다. 함께 마셨던 칭다오 맥주도 좋았지만 윤동주 생가에서 구입한 평양맥주와 대동강맥주의 깊고 진한 맛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출발 전에는 현지 여행사인 판다투어를 처음 이용하는 것이 조금은 걱정스러웠다. 카카오톡으로 계약을 진행하다 보니 혹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걱정은 여행이 시작되자마자 사라졌다.
최광용 가이드님의 세심한 설명과 성심 어린 안내, 그리고 판다투어 관계자들의 꼼꼼한 일정 관리 덕분에 여행 내내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다닐 수 있었다. 좋은 여행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은 역시 백두산 천지였다.
"삼 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
수없이 들었던 그 말을 떠올리며 날씨를 걱정했지만, 서파와 북파에서 모두 천지를 만날 수 있었다.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천지는 현실이라기보다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웅장함 앞에서는 누구나 말이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사진보다 눈으로, 기록보다 마음으로 담고 싶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안타까운 모습이 있었다.
우리나라 남부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소나무 숲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백두산 일대 역시 낮은 고도부터 소나무들이 많이 고사하고 있었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병해충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인송과 홍송으로 유명한 이곳의 숲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일송정 푸른 솔'을 떠올리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했던 소나무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자연도 시대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적응해 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찾은 시간도 오래 기억될 것이다.
오랜만에 「서시」를 다시 읽었고 처음으로 「편지」라는 시도 읽어 보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그 한 구절이 여행 내내 마음속에 머물렀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든 지금, 함께 여행한 친구들을 바라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왔다. 누구는 사업을 했고, 누구는 직장인이 되었고, 또 다른 친구는 다른 길을 걸었다. 살아온 모습은 달랐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끝까지 책임졌다는 점은 모두 같았다.
부의 크기가 아니라 삶의 태도가 사람을 빛나게 한다는 것을 친구들을 보며 다시 느꼈다.
윤동주의 「서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크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친구들이 참 자랑스러웠다.
앞으로도 욕심보다는 건강을, 경쟁보다는 우정을, 성공보다는 행복을 더 소중하게 여기며 함께 늙어가고 싶다.
여행 마지막 날이 되니 고향이 그리웠고 가족이 보고 싶었다.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도 떠올랐다.
즐거운 여행은 결국 돌아갈 사람이 있다는 행복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백두산,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부르는 그 산.
그 웅장한 풍경과 맑은 공기, 이름 모를 들꽃과 산나물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다시 이 길을 걷고 싶다.
이번 여행은 아름다운 풍경만 보고 온 여행이 아니었다.
사람을 다시 보았고, 중국을 다시 보았고, 친구를 다시 보았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래도록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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